부모의 품을 떠나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는 인간 - 연어(안도현, 문학동네, 1996) Book 感想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이 문장으로 시작해서 이 문장으로 끝나는 이 이야기는, 조금 실망이었다. 읽는 시점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다 읽고 나서도 크게 가슴에 오는 것이 없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글은 매우 뛰어났다. 묘사, 비유, 캐릭터, 스토리 전개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었다. 10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감겨져 있는 글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생각할 것 투성이고, 쉬이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랬기에 지금 내게 남는 게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쉬이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생각을 깊게 할 정신이 아닌가? 그런데 독후감을 쓰고 있어!

 

이 글은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 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 오르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게 뭐 어쩌라고? 위의 요약을 배껴 쓰면서 내 반응이다. 글을 어떻게 이어아갸할지 모르겠다.(독후감을 읽은 후의 감상이니까, 읽은 후에 드는 이런 저런 잡념들을 적어도 되는 거겠지?)

 

은빛연어의 희망에 과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희망을 찾지는 못했지만, 희망을 찾았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결국 삶의 의미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돌아왔지만, 희망을 품고 살아서 행복했다는 이야기.

 

이게 왜 마음에 들었을까? 나 역시 젊은 사람처럼 꿈을 좇아 나아가고 큰 것을 바라보면서 나아가기 때문일까. 그럼 이내 곧 글 쓰는 것을 관두고 현실에 파묻혀서 희망을 품고 살아서 행복했다고 이야기하게 되는 걸까... ,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지금과 같은 객기를 부리지는 않게 되겠지. 직업을 갖고 병행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도 크게 객기를 부리지는 않지만...

 

사람은 그렇게 되는 걸까. 희망을 좇아 가다가 무지개를 좇은 연어처럼 죽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서 알을 낳게 되는 걸까. 후손을 낳고, 인류가 이어가게 하는 것이 전부가 되는 걸까. 그건 인생이 짧기에 그런 걸까, 부모의 희생과 사랑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일까, 혹은 인류가 성장하길 바라는 것일까. 연어에게 연어의 길이 있고, 계속 그 길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인류에게도 인류의 길이 있어 그게 이어지길 바라는 것일까. 꿈은 멀고 현실은 가까워서, 꿈을 후손들에게 넘기는 것일까. 누구는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누구는 꿈을 위해 목숨을 걸면서, 인류는 그렇게 발전해 나가는 것일까.

 

그래, 지금의 사회는 그런 피와 그런 삶 위에 서서 빛을 발하고 있다. 내가 꿈을 좇을 수 있는 것도, 이 나이 되도록 현실에서 한 발짝 비켜서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선배들의 노력이, 피와 땀이 바탕이 되어졌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어느 순간 나 역시 무지개를 좇는 것을 그만두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서 거름이 되려 하겠지.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를 돌고 돌아 다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 그 여정은 힘들고, 과정 중에 태반은 죽는다. 인간이 보인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 세상의 바다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는, 정확히는 부모가 되는 인간.

 

인간은 무지개에 얼마나 가까워 졌을까? 예전보다는 많이 가까워진 것이 분명하지만, 무지개란 결국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없다면, 인간의 길이 서서히 사라지고 말겠지.

 

쓰다 보니 무언가 잡았지만, 정리가 안 된다. 다음에 다시 책을 주의 깊게 읽으면서 많은 것을 알아야겠다. 다시 읽으면, 또 무언가 보이겠지. 그 정도의 책이라고 믿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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