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바바라 오코너/신선해 역, 다산책방, 2008) Book 感想

누구나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주인공 소녀, 11살의 조지나에게는 기름기에 떡진 머리를 친구 루앤이나 셔틀 버스의 누군가에게 들키는 것이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그렇게 되면조지나의 아빠가 사라지고 집세가 없어 쫓겨나게 된 소녀의 비참한 현실이 다 들통날 것이기 때문이다차에서 잠을 자는 현실이 다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11살 소녀에게는 그것이 중요했다아버지를 잃은 감정적인 상처는 온데간데 없고소녀는 집이 없고숙제할 공간이 없고샤워할 공간이 없는 차와 무능력해보이는 엄마가 불만이었다그래서 스스로 나서기로 했다바로 개를 훔치는 것이다개를 훔치고개를 돌려 주면서 사례금으로 집을 빌린다소녀는 일종의 사기계획을 세웠다.

 

그래사람들은 그 순간을 이런식으로 돌파하곤 한다편법을 쓰거나 불법을 저지르거나 혹은 도망가거나그러나 곧 깨닫게 된다상황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돌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결국은 제자리라는 것을그리고 상황이 더 심해진다는 것을책에서 무키 아저씨가 한 말 그대로다. '때로는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다.'

 

소녀조지나 역시 그러했다개를 훔친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좋아 보였다희망이 생겨났고활기가 돌아왔다그러나 금새 상황은 변했다개를 훔치는 일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순진무구한 개의 모습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일이었다다시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버텨 보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조지나를 보며 꼬리를 흔드는 개의 모습은 소녀의 가슴에 큰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다거기에 개윌리의 주인인 카멜라 아주머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역시 소녀가 외면하기엔 너무 무거웠다조지나는 집을 얻으려다 더 큰 고민을 떠안고 말았다.

 

여기서 보통 어른이라면 죄책감이 올라와도 그저 넘어갈 것이다한두 번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가라앉고남는 것은 결과 뿐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그러나 진짜 그런가그게 잊혀지는 것인가상처가 아무는 것일까내가 뭐라 단정할 수는 없다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그건 성장이 아니다그저 도망치는 것일 뿐이지.

 

다행히 조지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지 않았다조지나는 두려움과 싸웠다사실을 밝히고 죄를 청하는 떨림을스스로를 남의 선택에 맡기는자신을 놓아 버리는 그 불안함과 싸웠다조지나는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었다개만 돌려주고죄는 청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렇게 하면 죄책감도 덜고혹은 돈을 얻어 집을 구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그러나 소녀는 정면으로 돌파했다불법은 또 다른 불법을 낳고회피는 또 다른 회피를 낳음을휘저으면 휘저을수록 고약한 냄새가 남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윌리의 천진난만함과 카멜라 아주머니의 순수한 애정무키 아저씨의 지혜에 힘입어서 조지나는 다행히 그 두려움과 떨림을 이겨내고 진신과 마주했다그리고 그 후의 따뜻한 결과도 얻었고한 단계 성숙했다조금은 부족한 집이라도 만족할 줄 알게 된 것이다.

 

"때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의 발자취가 더 중요한 법이야."

 

그렇게 뒷정리를 하고서야 조지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 것이다.

 

깊이 공감했다책을 덮고서 과거의 일들을 추억했다두렵고 떨림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그 날들을 떠올렸다한 10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내 기억에 깊게 박혀 있는 그 소중한 기억들그런 한두 번의 기억이 나를 변하게 한다그런 기억들만이그리고 그 후의 경험들만이 내가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되어 준다.

 

즐거운 성장소설이었다내용도 괜찮았고캐릭터도 잘 살아 움직였다의미도 충분히 담고 있다오랜만에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도 되었다조금은 다시 힘을 얻고 나아가게 해주었다추천!


★★★☆





덧글

  • 2014/02/14 14: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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