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Frozen, 2013)-히키코모리 갱생기 Movie 感想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리뷰를 했을 테니, 난 완전히 주관적이고도 지금, 히키코모리처럼 사는 지금만 할 수 있는 짤막한 감상을 남겨보자.

일단 엘사나 안나 둘다 히키코모리라고 할 수 있다. 엘사는 어릴 때부터니까 10년 이상, 안나는 부모님 이후부터라고 생각하면 3년 정도. 둘다 꽤나 방콕생활을 한 셈이다. 그런 그들이 큰 맘을 먹고 방문을 열고자 하지만, 그게 잘 될리가 있는가?

안나는 관계가 서툴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그래서 시답잖은 남자를 만나서 하루 만에 결혼을 하겠다는 헛소리나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언니한테도 툭툭 내뱉어서 화나게 했다. 10년묵은 언니의 상태가 자신보다 안 좋을 것이 분명한데도, 그에 대한 배려는 없다. 오랜 방콕 생활이 배울 것들을 배우지 못하게 한 것이다.

엘사는 아예 마음을 닫아 버렸다.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부모님만이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고리 였지만, 그것조차 사라졌고 동생은 가깝지만 먼 존재이다. 대관식도 의무적일 뿐, 무엇보다 우선인 건 비밀을 들키지 않는 것이다. 그 비밀은 모든 사람이 시기할만한 능력, 제어가 안 되는 모난 마음, 동생을 상처입혔던 과거, 그리고 두려움.

준비되지 않은 둘의 모험은 실패로 끝났고, 상황은 급변했다.

엘사는 더 깊은 굴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을 굴속에서 꺼내려는 동생을 다시 한 번 내쳤고, 자신을 보고 두려워 하는 이들에게서 도망쳤다. 그녀는 깊은 산 위에 자신의 성을 짓고, 그 안에서 살기로 한다. 'let it go'란 노래는 얼핏 희망적이지만, 외톨이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물론 엘사는 그만한 각오를 했기 때문에 노래는 힘차고, 혼자서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기 때문에 걱정할 부분도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이런 노래를 부른다면????? 어쨌든 그녀는 다시 한 번 굴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번에 더 찾을 수 없도록.

다행히도 안나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또 다행히도 주저함이 없다. 3년이나 방에 처박혀 있어놓고는 이런 성격을 가지기가 참 어렵지만, 특히나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의지로 방에 처박힌 것이 아니므로 어느정도는 가능한 일이니 넘어가자. 그렇지만 요령은 없다. 히키코모리를 꺼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모른다. 실제로 섣불리 접근했다가 언니를 더 몰아세우고, 스스로도 상처입은 것임에도 안나는 다시 한 번 달려든다.

결과는 참패.

조금 전의 엘사가 방어적이었다면 이번엔 공격적으로 나온다. 굴 속에 갇힌 사람을 억지로 끌어내려 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안나는 큰 상처를 입었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엘사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관계에 서툰 사람은 쉽게 자신을 상처입히거나 남을 상처입히게 되고 그런 것이 계속 반복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방안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관계는 더 서툴러지게 되고, 감정의 절제가 어려워진다.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안나가 이번에 입은 상처는 크다. 더이상 언니를 신경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되었고, 스스로도 어느정도는 언니에게 실망한 눈치다. 자신도 두려움을 이겨가면서 문을 두드렸는데, 언니가 내치기만 하니 흥이 날리가 없다.

동생을 다시 한 번 상처입힌 엘사는 이번에 비난과 다시 한 번 마주한다. 동생은 사랑하기 때문에 엘사에게 왔지만, 이 비난은 그런 거 없다. '너는 세상에 필요없는 히키코모리일 뿐이니까 사라져! 네가 없는 게 세상이 더 잘 돌아가!' 라고 한다. 그래, 세상은 뒤쳐진 자에게 기회따윈 주지 않는다. '오히려 동정하는 에너지가 아까우니까 내 눈에서 사라져!' 라고 할 뿐이다. '우리는 괜찮다. 잘 사고 있다. 이 나라에는 너희 같은 문제가 없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그 광경을 본 동생은 결국 자신보다 언니를 선택한다. 나쁘게 말하면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오지랖이고, 좋게 말하면 숭고한 희생이다. 그렇지만 뭐든지, 언니를 그냥 둘 수는 없다. 도망친다면서 산 위에 성을 크게 지은 사람이 아닌가? 싫다고 해도 눈사람 만들자고 하면 밖으로 쉽게 나오는 사람이기도 하다.

결국 히키코모리를 문 밖으로 꺼내는 건 '진정한 사랑'뿐이란 말인가! 자신이 상처입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슴도치를 꼭 앉는 마음으로 끝까지 앉아주는 것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란 말인가!

다행히 결말은 너무나 좋다. - 현실에서는 이런 결말이 안 나올 가능성이 더 많다ㅠㅠ-

안나는 문 밖으로 나와 사람을 사귀었고, 좌충우돌했지만 한 층 성장했다. 스스로를 던지며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생명을 얻었다. 관계란 주고받는 것이다. 그건 물질의 문제나 지위의 문제가 아니다.

엘사는 안나처럼 자신이 어떤 모양이든지 상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자기때문에 상처입어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받아주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우고, 고쳐나가면 된다. 엘사에게는 누구에게도 없는 '폭풍'이 있으니까. 잘만 다듬으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그래서 엘사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진짜 여왕으로 성장했다.

적고 보니 여러 시사하는 바가 있다.

히키코모리에게는 세상을 바꿀만한 힘이 있는 것인가? 엘사가 얼음성을 만드는 것 같은????? 보통 히키코모리는 매니아라고 할 수 있으니까, 적어도 한 부분에 관해서는 엄청난 집중력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게 마법같은 거였다면 좋겠지만...... 고작해야 애니매이션이니....... 난 안될거야.

좀 다듬으면 제법 괜찮은 글이 될 것도 같긴 하지만, 그냥 여기서 끝!


★★★★



덧. 또 다른 히키코모리인 크리스토프..... 짝을 맺으려면 주위의 도움(트롤들)이 있어야 하는가? 거의 전차남을 보는 듯???? 아, 난 안될거야.
덧2. 기대를 너무하고 갔던 탓인지 크게 재밌지는 않았다......ㅠㅠ 노래는 정말 좋았지만.



덧글

  • felidae 2014/02/04 21:44 # 답글

    세상살이에 서툰 두 주인공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나는 내용으로 보이네요. 해피엔딩이 현실에서는 드물다지만, 상처입은 사람들이 이 애니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 아키로 2014/02/04 22:13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 몽테 2014/02/04 22:25 # 답글

    글을 읽고 한번 생각을 해보니, 여태껏 디즈니만화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보다 겨울왕국의 등장인물들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특히 히키코모리라는 특성을 지닌 것은 거의 처음인것으로 기억되네요~
    잘 읽고 갑니다~
  • 아키로 2014/02/05 05:19 #

    그래서 순수한 어린이를 위한 동화는 아닌 것 같아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쯤 되겠죠.
  • Lloyd 2014/02/04 23:59 # 답글

    안나가 엘사에게 방문닫고 쳐박혀있다고 할 때 히키코모리를 떠올린 분이 많군요 엘사야 동생을 상처입힌거 외엔 사람으로 상처받을 게 없었겠지만 현실에선 힘든 관계가 너무 많네요 ㅎㅎ
  • 아키로 2014/02/05 05:18 #

    그래서 해피엔딩이란 진짜 어려운 거죠....ㅠㅠ
  • cvxzvzxc 2014/02/09 23:19 # 삭제 답글

    숭고한 사랑 행하시는 부모님 옆에 계시는데 그것을 사람들이 모르고 산다.
    답답하다. 솔직히 배 불러서 어렵게 낳아주시고 먹을것 다 제때 제때 챙겨주시고
    세상 사람들 다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봐도 안타깝고 따뜻하게 바라봐주시는것은
    부모님밖에 없는데. 비록 부모님이 완벽한 감정이입을 자식에게 못해준다 하더라도
    그드로 사람이고 모자란 부분이 있는데 어찌 하랴? 더 후회하기 전에 방구석에서 나오라.
    부모의 사랑을 알고 이기려고 투쟁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중산층 애들이
    히키코모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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